김영란法 원안 일부 후퇴 아쉬워

김영란법 졸속과 포퓰리즘 논란, 19대 국회의원들의 민낯 드러나
기사입력 2015.03.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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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를 방지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방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지난 3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김영란 전 위원장(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이 국민권익위원회 재직 당시 직접 제안해 ‘김영란법’이라 명명된 것인 만큼 당사자가 밝힌 법안과 관련한 의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 전 위원장은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원안보다 일부 후퇴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김영란법에 대한 견해와 적용 대상에 따른 위헌 소지 논란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먼저 원안과는 달리 △이해충돌방지규정이 빠진 것 △100만 원 이하 금품 수수 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한 것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것 △가족 금품 수수 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한 것 △부정청탁의 개념이 축소된 것 △선출직 공직자들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것 △시행일을 1년6개월 후로 규정한 부분 등 원안의 입법예고안에서 일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의 원안에서는 △부정청탁금지 △금품 등 수수금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등 세 분야로 구성돼 있었지만 국회에서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통과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예컨대 장관이 자기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발주를 하는 등 사익 추구를 금지하고, 공무원이 자신의 부모가 신청한 민원서류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직원으로 하여금 대신처리하게 하는 것 등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를 사전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안에서 100만 원 초과, 이하를 불문하고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했으나 통과된 법은 100만 원 초과 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하지 않고 100만 원 이하일 경우 직무관련성을 요구했다"면서 "현행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 이 법에 의해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원안에서 적시한 가족의 개념을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으로 정의했지만 배우자에 국한시킨 것에 대해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 형들이 문제됐던 사례를 돌이켜보면 규정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통과된 김영란법은 공직자를 적용대상으로 한 원안에서 나아가 언론과 사립학교, 학교법인 임직원 등까지 확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공직사회의 반부패문제를 새롭게 개혁하고 2차적으로 기업, 금융, 언론, 사회단체 등을 포함하는 모든 민간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장차 확대시켜야할 부분이 일찍 확대됐을 뿐이기 때문에 이를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돼야한다. 지금이라도 우리 헌법상의 언론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컨대 수사착수를 일정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다든지 수사착수 시 언론사에 사전 통보 한다든지 하는 등의 장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은 ‘반쪽법안’이라면서도 “우리의 오래된 근본적인 부패문화를 바꾸는데 역점을 둬야한다. 전체 법안이 확정될 때까지 우리 사회의 집단 지성이 건강한 방향으로 함께 해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란? 19대 국회의원들, 법 시행 유예기간 둔 속셈은?

김영란법은 지금껏 마련된 부패방지법보다도 강경한 법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미풍양속마저도 부패와 청탁의 잣대에 놓여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초법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대가성이 있든 없든 100만 원만 받으면 징역 3년과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는 약 국민 3백만 명 이상이 적용 대상으로서 공직자와 언론인 국공립•사립학교 교직원과 그의 부인들까지도 처벌대상에 포함된다.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나 콘도 및 항공권 편의 등 법 적용 대상자들의 민원과 요구가 청탁에 포함 될 수 있다.

경찰 내에서도 상사가 ‘잘 살펴봐’라고 강조하거나 ‘처음이니 살살해’ 등의 발언도 해석에 따라 처벌소지가 발생한다. 언론인이나 저명인사의 경우 피해자의 억울함을 접하고 경찰이나 검찰에 ‘사건을 무리하게 또는 편파적으로 처리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도 사건 청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방지에 관한 법률'을 직접 입안한 김영란 전 위원장 

김영란법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강화해주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 인물들은 전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령 이 법은 언론인도 대상이 되면서 검찰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는 언론이 도리어 검찰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지적된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현저히 약해지고 있는 이때 김영란법은 정권의 논리에 따라 언론을 흔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공감하고 있다.

국민들은 한국의 일부 언론이 과거로부터 권언유착, 정경유착 등 부패하고 부정한 권력의 축이었던 것을 경험한 때문인지 이번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을 두고 잠잠한 분위기다. 이에 대해 접대 관행을 당연시 여기고 정치권이나 기업 등으로부터 부정한 것들을 정화하지 못한 언론인들의 자업자득의 결과란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를 줄여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한 입법의 취지로 탄생했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형사 처분 대상이 넓어지거나 벌칙이 과중하다는 등 과잉입법논란과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인 파급은 불쾌감지수가 꽤 높을 전망이다. 공직자와 언론인, 교직원 등은 5만 원 이상의 중고급 음식점과 술집, 골프장 등에 출입할 수 없게 되면서 서비스•접대문화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과 선물업체를 비롯한 유통업체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된서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및 해외 일정과 연관된 숙박, 항공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사회 전체에 파급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 예견된다.

한편 김영란법은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개정론이 불거지고 유예기간을 1년 6개월이나 남겨둠으로써 졸속과 포퓰리즘 논란을 야기했다. 특히 김영란법이 내년 총선 이후인 9월로 늦춰졌다는 점에서 19대 국회의원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은 총선 때까지 김영란법의 저촉을 받지 않으면서 정치와 선거활동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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